[Experience] Soomsol


2025년 가을-겨울, Soomsol을 기획하고 실험하며 느낀 점에 대한 기록입니다.

Introduction

언어모델을 쓰고, 공부하며 가장 ‘일반적인’ 문장을 만들어내는 생성형 언어모델의 특성을, ‘일반적인’ 표현을 하지 못하시는 이를 위해 사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분들의 표현을 세상이 쉽게 이해하는 방식으로 바꾸어 전달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만드는 일이라는 생각에 설렜다. AI 학회의 P님을, 똑똑한 동기 E를 차례로 설득했다.

Soomsol을 기획하고, 검증하고, 피봇하는 과정을 거치며 사람을 통해, 경험을 통해 얻은 생각을 적고자 한다.

Figure 1

카카오 사이드임펙트 2025 협약식에서 Soomsol을 소개드렸다.


1. 시장 가치

시장에서의 가치는 사는 사람에 의해 정해진다. 소비자가 돈을 지불하고 사고 싶은 동인이 없는 상품은, 판매자의 가치에 머무를 뿐이다.
판매자는 일차적으로는 상품이 유용할 것임을 설득하여 유입을 만들고, 실제로 유용함을 사용경험으로 증명하여 지속 가능한 시장가치를 만든다.

1.1. 유용함은 유익함과 다르다.

사람은 대체로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선택을 한다.
돈을 지불하기로 결정하는 과정 자체도, 이 상품이 내게 도움이 되는지의 가치판단에도 사실 합리적인 논리보다는 감정이 관여한다.
그러나 문제를 정의하고,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는 problem solver - 가치생산자는, 특히나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난도가 높을수록, 큰그림을 보고 논리적인 해결책에 몰두해버리기 쉽다.
소비자는 눈 앞의 나무를, 생산자는 숲을 보는 셈이다.

우리는 응용행동분석(Aplied behavior analysis)의 가이드를 상황에 맞추어 모델이 제공하게 설계하였다. 모델의 성능을, 진단과 제안 사이의 모호한 경계에서 법적 규제를, 데이터의 차별성을 고민하였다. 네이버의 한 지원사업에서 응용행동분석이 얼마나 검증된 치료방식인지, 우리 모델이 얼마나 할루시이션 없이, 상황에 맞는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수 있는지 발표하였다.
-“그래서 사람들이 어떤 점에서 돈을 내고 쓸 것 같아요?”
열심히 준비했고 자신이 있었는데, 심사역님의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대부분의 습관개선 - 걷기, 식단교정 어플은 게임의 성격을 띠거나, 돈 등의 즉각적 보상을 제공한다. 당장의 변화를 가시화하여 보여주고, 사용하는 데에 있어서 소비자의 귀찮음을 줄이는 장치들, 감정적인 동인을 추가한다.
판매자의 숲은 건강의 개선일지언정, 소비자가 보는 나무는 당장 얻는 리워드, 게임의 재미, 친구와 함께 하는 동기부여이다.

사람들은 건강해지기 위해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더 좋아 보이고(Appearance)’, ‘기분이 좋아지고(Feel good)’, ‘편리하기(Convenience)’ 때문에 돈을 쓴다” (관련한 벤처케피탈의 저널이다.)

-소비자에게 숲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름을 알았다.

1.2. 유익함은 필요한가?

유익함은 시장가치의 필요조건인가?
유익하지 않지만 돈을 버는 상품은 많다. 위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오.’이다.

이롭고 해로운 것의 절대적인 기준은 없으므로 유익함은 가치 생산자의 비전으로 정의된다. 가령 인류가 화성에서 사는 미래를 꿈꾸는 일론머스크에게,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 동력은 유익하다. 사람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세상을 꿈꾸는 이에게, 건강을 개선하는 습관들은 만들어주는 서비스는 유익하다.

가치 생산자가 정의하는 유익함은 대중적으로 공감하기 쉬운 것일수도, 아닐 수도 있으며 후자일수록 시장가치로 이어지는 것은 더 어렵다. 그러나 상품이 갖는 유익함-생산자의 가치를 정의하는 것은 아래의 이유로 필요하다.

  • 공유 가능한 가치이다. : 시장가치-상품이 환산된 시장의 가격은, 공유가 아닌 분배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팀이 커질수록 각자의 몫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팀의 비전은 공유될 때 오히려 시너지를 갖는다.
  • 능동성을 갖는다. : 오직 소비자로부터 정의된 가치는 시장에 재귀적이며, 소비자가 변하면 상품도 변한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생산자로부터 정의된 가치이다.


2. 가치를 설득하는 능력

한번 AI 서비스를 만들었던 경험과, 워낙 발전한 도구들 덕에 기획한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은 얼떨떨할만큼 쉬웠다. 배포한 사이트를 W가 만든 랜딩페이지와 연결하였더니 정말 그럴듯한 소비자 반응을 볼 수 있는 MVP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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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P-실제로는 앱 형태가 아니라 웹사이트에 배포하였다.

이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두 번 스스로가 작아지는 경험을 하였다. 한 번은 아이의 치료가 절실한 자폐아동의 부모님 앞에서, 또 한번은 자문을 구하기 위해 연락 드린 자교의 소아정신과 분야에서 제일 전문가이신 교수님 앞에서이다.

우리가 제시하는 솔루션의 논리에 거짓은 없었다.

  • 그러나, 내가 만든 이 MVP가 당신의 아픈 자녀에게 정말 이롭다고 자신있게 말하기엔, 실습도 돌아보지 않은 학생인 내가 잘 안다고 자부할 수 없었다.
  • 비슷한 문제를 직접 풀고 계시다는 교수님의 말씀에, 우리의 프로덕트가 교수님께서 만드시는 것보다 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우리 스스로를 설득하지 못하는 MVP로 소비자를 설득하는 것은 어려웠다. 고민 끝에 더 진행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2.1. 전문가

어떤 분야의 전문가란 그 분야에서의 본인의 판단에 대한 경험 기반의 자신을 갖춘 사람이다. 경험은 모방 불가능한 인격적 지식이기 때문에 희소하다. 방향성을 가진 경험의 축적은 더욱 희소하다.

Soomsol을 기획하고 실험하며, 설득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ethos를 갖춘 전문가가 갖는 설득력의 크기를 체감하였다.


2026년이고, 스물 다섯이 되었다. 스무 살의 나에 비하여 경험들의 방향성을 조금은 갖게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경험은 자연히 쌓이기에, 경험의 질과 상관 없이 ‘전문가인 척’을 하는 것이 쉬워짐을 경계하고자 한다.
나의 판단에 자신을 갖춘 전문가가 되고 싶다. 온전히, 치열하게 경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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