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perience] Soomsol


2025년 가을-겨울, Soomsol을 기획하고 실험하며 느낀 점에 대한 기록입니다.

Introduction

가장 ‘일반적인’ 문장을 만들어내는 생성형 언어모델의 특성을, ‘일반적인’ 표현을 하지 못하시는 이를 위해 사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분들의 표현을 세상이 쉽게 이해하는 방식으로 바꾸어 전달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다. Soomsol을 기획하고, 검증하고, 피봇하는 과정을 거치며 사람을 통해, 경험을 통해 얻은 생각을 적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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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사이드임펙트 2025 협약식에서 Soomsol을 소개드렸다.


1. 시장 가치

시장에서의 가치는 사는 사람에 의해 정해진다. 소비자가 돈을 지불하고 싶은 동인이 없는 상품은 판매자의 가치에 머무를 뿐이다.
판매자는 소비자에게 상품이 유용할 것임을 설득하여 유입을 만들고, 실제로 유용함을 사용경험으로 증명하여 지속 가능한 시장가치를 만든다.

1.1. 유용함은 유익함과 다르다.

사람은 대체로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선택을 한다.
돈을 지불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의 가치판단에서도 사실 합리적인 논리보다는 감정이 관여한다.
그러나 문제를 정의하고,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는 가치생산자는, 특히나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난도가 높을수록 논리적인 해결책에 몰두해버리기 쉽다.
소비자는 눈 앞의 나무를, 생산자는 숲을 보는 셈이다.

우리가 주목한 문제는, 발달지연아동의 가장 근본적인 치료는 가정에서 이루어져야 함에도 부모님들께서 아이를 대하는 방법을 설명해주는 가이드가 부재하다는 것이었다. 특히 문제행동치료의 가장 공신력 있는 중재방법인 ABA(Applied Behavior Analysis) 치료는 보통 월 600만원 이상의 비용과 주 몇 십 시간의 센터방문이 필요한 ABA 치료센터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대부분의 부모님께서 필요한 모든 치료를 센터에서 온전히 진행하시지 못하시며 치료 공백이 발생한다. AI 학회에서 인연을 맺은 W, 사업화 경험이 있는 똑똑한 동기 E와 함께 ABA를 가정에서 부모님이 직접 실행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였다. 부모님이 문제행동을 입력하면, human-ai interaction을 통하여 동적으로 추가 정보를 요청하고, 아이의 의도를 분석하여 가이드를 제공하며, 피드백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아이의 개선 상황을 가시화하는 방식이었다.

네이버의 한 지원사업에서 응용행동분석이 얼마나 검증된 치료방식인지, 우리 모델이 얼마나 할루시이션 없이 상황에 맞는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수 있는지 발표하였다.
-“그래서 일반 사람들이 돈을 내고 쓸 것 같아요?”
심사역님의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응용행동치료가 꼭 필요한 소비자층을 넘어선 확장이 가능한 서비스인가?

대부분의 습관개선 - 걷기, 식단교정 어플은 게임의 성격을 띠거나, 돈 등의 즉각적 보상을 제공한다. 당장의 변화를 가시화하여 보여주고, 사용하는 데에 있어서 소비자의 귀찮음을 줄이는 장치들, 감정적인 동인을 추가한다.
판매자의 숲은 건강의 개선일지언정, 소비자가 보는 나무는 당장 얻는 리워드, 게임의 재미, 친구와 함께 하는 동기부여이다.

사람들은 건강해지기 위해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더 좋아 보이고(Appearance)’, ‘기분이 좋아지고(Feel good)’, ‘편리하기(Convenience)’ 때문에 돈을 쓴다” (관련한 저널이다.)

-소비자에게 숲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름을 알았다.

1.2. 유익함은 필요한가?

유익함은 시장가치의 필요조건인가?
유익하지 않지만 돈을 버는 상품은 많다. 따라서 위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오.’이다.

이롭고 해로운 것의 절대적인 기준은 없으므로 유익함은 가치 생산자의 비전으로 정의된다. 가령 인류가 화성에서 사는 미래를 꿈꾸는 일론머스크에게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 동력은 유익하다. 사람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세상을 꿈꾸는 이에게 건강을 개선하는 습관들은 만들어주는 서비스는 유익하다.

가치 생산자가 정의하는 유익함은 대중적으로 공감하기 쉬운 것일수도, 아닐 수도 있으며 후자일수록 시장가치로 이어지는 것은 더 어렵다. 그럼에도 상품이 갖는 유익함-생산자의 가치를 정의하는 것은 아래의 이유로 필요하다.

  • 팀이 공유 가능한 가치이다. : 상품을 판매하여 얻는 수익은 공유보다는 분배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팀이 커질수록 각자의 몫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팀의 비전은 공유될 때 오히려 시너지를 얻는다.
  • 능동성을 갖는다. : 오직 소비자로부터 정의된 가치는 시장에 재귀적이며, 소비자가 변하면 상품도 변한다. 생산자로부터 정의된 가치는 능동적으로 시장에 새로움을 더할 수 있으며 변화에도 일관적이다.


2. 가치를 설득하는 능력

한 번 AI 서비스를 만들었던 경험과 발전한 도구들 덕에 기획한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배포한 사이트를 E가 만든 랜딩페이지와 연결하였더니 그럴듯한 소비자 반응을 볼 수 있는 MVP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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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P

서비스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두 번 스스로가 작아지는 경험을 하였다. 한 번은 아이의 치료가 절실한 자폐아동의 부모님 앞에서, 또 한번은 자문을 구하기 위해 찾아뵌 자교의 소아정신과 분야에서 제일 전문가이신 교수님 앞에서이다.

우리가 제시하는 솔루션의 논리에 거짓은 없었다.

  • 그러나, 내가 만든 이 MVP가 아픈 자녀에게 정말 이롭다고 자신있게 말하기엔, 실습도 돌아보지 않은 학생인 내가 잘 안다고 자부할 수 없었다.
  • 우리와 비슷한 서비스를 교수님께서 전문의 선생님들과 함께 개발하고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연스레 우리가 더 개발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스스로를 설득하지 못하는 MVP로 소비자를 설득하는 것은 어려웠다. 고민 끝에 더 진행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2.1. 전문가

Soomsol을 기획하고 실험하며 나는 의학 분야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엔 아직 도메인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을 깊이 느꼈다. 따라서 내가 만든 것의 의학적 효용을 스스로도 계속 의심하였으며, 소아정신과 교수님께서 비슷한 가치를 만들고 계시다는 것을 안 순간 바로 더 이상의 개발을 포기하게 되었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란 그 분야에서의 본인의 판단에 대한 경험 기반의 자신을 갖춘 사람이다. 경험은 모방 불가능한 인격적 지식이기 때문에 희소하다. 방향성을 가진 경험의 축적은 더욱 희소하다. 이러한 전문가에겐 설득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ethos가 있다. ___

스물 다섯이 되었다. 스무 살에 비하여 무작위였던 경험들에 방향성이 생겨 간다.

나이가 들수록 경험은 자연히 쌓이므로 경험의 질과 상관 없이 ‘전문가인 척’을 하는 것이 쉬워짐을 경계하고자 한다.
나의 판단에 자신을 갖춘 전문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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